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키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0곳을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중부전선 북측 GP의 폭파하는 모습./국방부 제공
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키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0곳을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중부전선 북측 GP의 폭파하는 모습./국방부 제공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를 현장 검증할 때 지하 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정부는 같은 해 12월 “북 GP 지하 시설이 폭파되거나 매몰됐음을 확인했다”며 “감시 초소로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발표했는데 부실 검증 후 허위 발표했다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이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남북은 9·19 합의에서 비무장지대의 모든 GP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우선 남북 간 거리가 1km 이내인 양측 GP를 11개씩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했었다. 우리 측 검증단은 북이 GP 파괴 후 20여 일 만에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북한군의 반대로 지표투과레이더(GPR) 등의 지하 관측 장비를 휴대하지 못했다. 내시경 장비를 이용한 확인도 없었다. 과학 장비를 통해 검증하지 못하고 1시간 30분간 육안으로 살펴본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지상 요새가 주축인 우리와는 달리 북한은 감시 초소를 지하 요새화해서 운영하기에 지하 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수박 겉핥기에 그친 것이다. 당시 현장 검증단은 북에 다녀온 후 ‘불능화에 대한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보고도 올렸지만 묵살됐다. 당시 문 대통령이 “남북 상호 GP 철수와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 65년 남북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자찬했다. 문 정부는 있지도 않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홍보해주기도 했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불능화했다던 GP 지하시설을 사용 중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의 공산당 체제는 기만을 국가 전략의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때부터 비핵화할 것처럼 국제사회를 속여 왔다. 북한이 2008년 6월 당시 미 국무부 관계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한 것도 기만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북한은 지금도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북한의 기만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에 그 기만에 기꺼이 속아주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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