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불법 대북송금’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오는 9일 다시 열린다. 이 전 부지사 측의 ‘법관 기피신청’으로 재판이 멈춘 지 77일 만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의 1심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오는 9일 오전 10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을 연다.

재판은 지난해 10월 23일 이 전 부지사 측이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법관 기피신청을 내면서 중단된 상태였다. 기피신청은 재판 중인 법관들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그대로 멈춘다.

이 전 부지사 측이 낸 기피신청은 수원지법·수원고법 1, 2심에서 각각 “이유 없다”며 기각됐고,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날 재판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후 변호인 측이 신청하는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와 증거조사 등이 모두 마무리되면, 검찰의 구형이 진행되는 결심 공판, 선고가 잇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향후 3~4차례의 공판기일을 거치면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은 법관 기피신청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자, 재판부에 조속한 판결을 위해 집중심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일주일에 2회 이상의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면, 재판은 이달 내 마무리될 수 있다.

다만, 변호인 측에서는 검찰이 철회한 90여명의 외국환거래법 혐의 관련 증인들을 모두 법정에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변호인 측이 요청한 증인신문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측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재판부 기피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측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재판부 기피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다음달 법원 인사로 재판부 법관들이 바뀌기 전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재판부가 이 재판을 맡게 되면, 1년 넘게 50여차례 넘게 진행돼 온 공판 기록을 서면으로 모두 검토해야 해 물리적인 시간이 더욱 소요된다. 그만큼 선고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피고인 측의 법관 기피신청 등에 따른 재판 지연 목적을 달성하게 돼 법조계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는 9일 열릴 재판에서 향후 (재판이 진행될)상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관 인사 전에 충분히 선고까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년 넘게 끌고 오던 재판인데, 재판부에서 ‘내 손에서 정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집중심리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임명 당시 이화영씨(오른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뉴스1
지난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임명 당시 이화영씨(오른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뉴스1

한편, 지난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은 파행을 거듭하면서 해를 두 번이나 넘겼다. 오는 9일 재개되는 재판은 51번째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7월쯤 검찰에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쌍방울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모씨가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리라”며 고성을 지르고, 변호인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재판은 한달 넘게 공전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번복하고, “검찰의 회유·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또 지연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국회에 검찰 2명에 대한 탄핵 소추 청원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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