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조선중앙TV 뉴스1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조선중앙TV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일 담화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고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로”라고 했다. 핵·미사일 폭주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범죄자가 경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 대는 것과 같은 궤변”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남남 갈등’ 유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 심리전과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각종 공작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에서 윤석열 정부의 한미 확장억제 및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노력에 대해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다시 부여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분노를 최대로 격앙시켜주고,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것과 같은 그런 능력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여정은 윤 대통령에 대해 “이 인간” “우직하고 미련한 자” 등 원색적 표현도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며 “그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은 대북 정책과 관련된 한국 내 여론 분열을 노렸다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에 대해 과장급인 부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남북 관계 긴장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려는 잔꾀”라고 했다. 국방부도 “범죄자가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를 대는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이날 김여정 담화는 김정은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역대 한국 정부를 모두 비판하고, 남북을 동족이 아닌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한 이후 나왔다. 김정은에 이어 김여정까지 나서 윤석열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에 대해 정부는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을 흔들기 위한 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전부나 조평통 등 대남 기구 축소 움직임도 전형적인 위장 전술”이라며 “오히려 북한은 국내 친북 세력과 결탁한 대남 반정부 선동 심리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대남 무력 도발·공작을 주도한 김영철이 최근 통전부 고문으로 복귀한 것도 북한의 대남 심리전·공작 강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대내외 공식·비공식 선전 매체를 동원해 연일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과장하고 부추기고 있다. 노동신문은 국내 일부 단체들이 주말마다 여는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소식을 단체 이름을 적시해 지난해 9월 12일부터 매주 화요일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구국전선’이나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 선전 매체들은 연일 ‘용산총독부’ 운운하며 “용와대를 거대한 반정부 투쟁 촛불로 태워버리자” “9·19 군사 합의를 깬 건 휴전선 일대 총격 사건을 일으켜 심각한 통치 위기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들과 국내 일부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정부 선동 활동을 하고 북한 공식 매체가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라고 했다.

한기범 전 국정원 차장은 “김정은이 화해·협력을 폐기하고 무력 적화통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한미 연합훈련과 총선을 염두에 두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대남 심리전을 더욱 강화하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의 오경섭 실장은 “북한이 ‘남한 영토 평정’을 위한 군사행동에 필요한 정보 수집, 대남 공작, 사회 불안정 조성 등과 관련한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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