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측근들에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2일차인 27일 회의에서 "2024년도 투쟁방향에 대한 강령적인 결론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2일차인 27일 회의에서 "2024년도 투쟁방향에 대한 강령적인 결론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국정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이 측근들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며 “내년 초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 지시 관련 첩보를 언론에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의 움직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건 대북 경고 성격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남 도발 준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핵실험(1월6일), 무인기 침범(1월13일), 대포동 미사일 발사(2월7일), GPS 교란(3월31일)을 연이어 자행했다”며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는 3월 한달 간 대남 전술 무기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4회 연쇄 발사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주요 선거 전후 북한의 대남 도발 빈도가 잦았던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 총선을 전후한 시점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도 예정되어 있는만큼 북한으로서는 정세 유동성이 커지는 시기여서 군사ㆍ사이버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국정원이 김정은 지시를 언론에 공개한 이날은 김정은이 연말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전쟁 준비 완성에 박차를 가할 과제를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가 공개한 날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이틀째인 27일 회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정은이 “지난 3년간 완강한 투쟁으로 쟁취한 유리한 형세와 국면을 더욱 확대하고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2024년도 투쟁방향에 대한 강령적인 결론을 했다”고 했다. 통신은 “사상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의해 극한에 이른 조선반도의 엄중한 정치군사 정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에 기초해, 인민군대와 군수공업부문, 핵무기부문, 민방위부문이 전쟁 준비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데 대한 전투적 과업들이 제시됐다”고 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대외, 대남 사업 부문의 사업 방향도 천명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6일 연말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전례상 4∼6일 정도 진행되며, 군사·국방, 대외정책,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정책 청사진은 새해 첫날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을 비롯한 대남 무력도발과 미국 영화사 해킹 등 대미(對美)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전력이 있는 김영철을 대남 공작을 관할하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기용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때 이뤄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과 박정천은 지난 8월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으로 기용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남)’도발 주역 3인방’을 군ㆍ공작기관에 복귀시킨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8월 남한 점령을 목표로 한 전군(全軍) 지휘훈련을 처음 실시하면서 “사회ㆍ정치적 혼란 유발을 위해 민간시설 타격도 주저치 않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1월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3차 발사 이후 이뤄진 우리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를 빌미로 군사합의 전면 파기 입장을 밝히면서 ‘대한민국 소멸’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과거 북한의 행태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연초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유관 부처와 함께 조기경보 및 대비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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