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선중앙통신 뉴시스

국가정보원은 2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전후한 시점에 측근들에게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김정은의 대남 관련 지시 발언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우리 주요 정치 일정 등을 앞두고 연초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년 초 남한에 파장을 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는 김정은 지시는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 발언에는 빠져 있는 내용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출처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과거 한미(韓美)의 주요 선거를 전후해 각종 도발에 나선 전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대남 도발 준비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2016년 1월 초부터 핵실험을 시작으로 무인기 침범, 미사일 발사,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등 연쇄 도발을 감행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엔 선거 직전인 3월 한 달간 대남 전술 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네 차례 연달아 발사했다. 내년은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로 정치적 유동성이 큰 시기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인사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정치 이벤트를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판을 흔들어보려고 할 수 있다”며 “핵무력 강화에만 집중해온 김정은으로서는 도발 이외에는 현재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은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27일 열린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2일 차 회의에서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에 의해 극한에 이른 조선반도(한반도)의 엄중한 정치 군사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했다”며 “이에 기초해 인민 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핵무기 부문, 민방위 부문이 전쟁 준비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18일 ICBM 화성-18형 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선 “미제와 추종 무리들의 악질적인 대결 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에는 분명코 보다 진화되고 보다 위협적인 방식을 택하여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한국 점령을 목표로 ‘전군(全軍) 지휘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김정은은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 지도를 펼쳐 놓고 “사회·정치·경제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핵심 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을 주문했었다지난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정부가 ‘9·19 군사 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하자 북한은 군사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소멸’까지 언급했다.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을 지난 6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박정천을 지난 8월에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으로 기용했다. ‘도발 주역 3인방’을 군·공작기관에 복귀시킨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실제로 무모한 직접적 군사 도발에 나서기보다는 도발 진원지를 추적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이버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2017년 미국 정부가 ‘코피 터뜨리기 작전’처럼 북한에 실제 군사적 옵션을 검토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직접적 무력 도발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