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IMF 경제위기’를 겪었던 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경제위기를 계기로 국제경쟁력을 높여가기 바랍니다. ”

찰스 험프리(52) 신임 영국대사가 부임 보름만인 4일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69년 외무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험프리 대사는 주일 영국대사관에서 경제참사관(90~94년)·공사(94~95년 5월)로 근무했다. 한국을 찾은 것은 73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세일즈 대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전임 브라운대사 못지않게 험프리 대사도 영국과 한국의 경제협력에 관심이 크다. 그는 올해 양국 간 무역 및 투자가 크게 늘어났음을 상기시켰다. 특히 제3국에 진출할 때 양국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건축분야에 진출한다면 한국이 건축의 실질 부분을 맡고 영국이 자문 및 디자인을 맡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

험프리 대사가 중점을 두는 또 다른 분야는 인적교류. 그는 “양국 관계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며, “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영국에서 여행 및 영어연수를 하고 영국 젊은이들도 한국을 배울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험프리 대사는 영국도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해 수년간 정부간 회담을 계속해왔으며, 지난 7월에는 북한의 영어교사들을 가르칠 영국인 교사 2명을 평양으로 파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과 인권 등 문제가 고려된 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 공부한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수박 겉핥기”라고 자평하는 험프리 대사는 여행과 만남을 통해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부인 에니드 윈 토마스와의 사이에 아들 둘, 딸 하나가 있다. /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임현찬기자 hc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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