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은 북한 정권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완패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마저 그 패배의 길로 오도(誤導)하고 있다. ‘서해 참패’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응에서 더욱 그렇다.
무방비 상태에서 북한군의 선제공격을 받아 국가 최전선이 무너지고, 많은 장병들이 쓰러져 간 후 현 정부는 어떤 자세와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북한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게 고작이고, 북한은 이를 일소에 부쳤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햇볕정책의 계속’과 “이런 때일수록 교류협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비군사적 제재 수단마저 서둘러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속수무책의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군사공격을 받고도 아무런 외교적·경제적 제재조치마저 강구하지 않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촉구하기는커녕 상대방의 의도와 추가공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국민을 태연히 상대 관광지로 보내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현 정부의 이런 태도는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과 정신적 무장해제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현 정권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국민여론을 향해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하는 식의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왔고,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국민을 위협하는 태도다. 단호한 대응이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생각이야말로 패배주의와 비겁함의 발로일 뿐이다. 북한이 군사만행의 대가로 잃는 것은 ‘실추된 명예’이고, 얻는 것은 ‘남한의 위축’과 ‘변함없는 지원’이라면 더 큰 공격 유혹을 느끼지 않겠는가. 현 정부가 “돈으로 평화를 살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북한의 도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응태도로 보아 현 정부가 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현 정부는 도대체 지금 같은 ‘비워버린 손’ 상태에서 무슨 방법과 수단으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