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근 새로 제작된 한 영화에 대한 논평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이례적으로 문제점까지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16일자 노동신문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지난 4월에 만든 극영화 `우물집 여인'을 2면에 크게 소개하고, 이 영화가 '숭고한 인덕의 품에 대한 감명깊은 예술적 화폭으로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물집 여인'은 주인공 순녀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남편을 둔 죄 아닌 죄로 마을에 불을 지른 방화범, `반동'들과 짜고 조합세포위원장을 살해한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으나 노동당의 `광폭정치'로 누명을 벗고 행복한 삶을 살아 나중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까지 출세하는 과정을 그렸다.

노동신문은 순녀의 성격 발전과정을 형상화하는 데 무리가 없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의 문제점으로 적시하고, 순녀가 어떻게 처음부터 당만 믿으며 살려고 애쓰게 됐는지에 대한 `생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실례로 들었다.

이 신문은 또 순녀와 세포위원장 사이의 인간관계가 모호하고 순녀의 운명을 묘사하는 데 설움과 눈물을 지나치게 많이 담아 작품 전체가 좀 어두워진 측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지금까지 당이 미리 `우수작'이라는 판단을 내린 문예물의 논평에서는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한 예가 없고 비판은 주로 대표적 문예 전문지인 조선문학이나 조선예술 등이 맡아왔다.

이번에 노동신문이 신작 `우물집 여인'을 크게 소개한 것도 사실상 우수작을 논평하는 차원이었고, 이 영화가 작년 5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 지시에 따라 제작진이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어서, 종전대로라면 이 영화를 치켜세우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문예 전문잡지 아닌 노동신문이 우수작품의 문제점을 짚고 나선 것은 비평에서 공정성을 지키는 등 그 나름대로 영화의 발전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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