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탈북자 문제의 핵심은 「인권」이며 따라서 탈북자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그 나라 인권수준을 살피는 시금석이다.

탈북자 문제만 놓고 볼 때 최악은 일본이다. 목숨걸고 자기네 공관을 찾아든 탈북자들을 외교적으로 인정되는 「치외법권」까지 포기하며 사실상 내쫓은 일본은 인권 후진국의 오명(汚名)을 덮어썼다. 그 다음은 중국이다.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고 있지 않다”는 첸치천(錢其琛) 외교 부총리의 「외교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탈북자 색출과 강제송환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점에서 중국정부 또한 인권면에서 「하위권」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미국 상원의원 19명이 주미(駐美) 중국대사에게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한 것은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적절한 인권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애초부터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이 한국공관에 도움청하기를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17일에만 해도 우리 베이징 대사관은 탈북자라고 신분을 밝힌 남자 1명이 찾아왔으나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럴 만한 까닭 여하간에 이 정부도 내세울 게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베이징 스페인 대사관을 통한 탈북자 25명의 망명을 주도했던 독일의사 폴러첸씨가 월드컵 기간 중 ‘탈북자 1500여명 해상망명’ 계획을 밝혀 다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노력에 대해 우리 사회 일부는 “햇볕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며 비판적이다. 모순과 자가당착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폴러첸씨의 기획이야말로 그런 일부 한국인들의 도덕적 취약성을 극대화시켜서 드러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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