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평양의 한 병원에서 북한의 치과의사가 민간단체 유진벨재단이 제공한 치료기로 북한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제공

“뭐, 17일로 연기됐어? 원래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15일 오전 종로구 당주동에서 치과 병원을 하는 이병태(60)씨는 급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북한을 돕는 동료 의사로부터 “북한 평양의대의 소아치과에 어린이 치료용 치과 도구들을 지원하는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연락이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뒤 “돕는 일도 쉽지 않다”며 “대북 지원에서 일정대로 진행되는 적이 거의 없으며 항상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치과의사와 치과의료기 사업자 등 107명과 함께 ‘남북치의학지원교류협회’를 만든 것은 작년 7월.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기부금을 거두고, 평양의대에 기계를 벌써 4대나 보냈다. 그는 “우리가 직접 들어가 진료할 수는 없으니, 시설·장비·약품·재료 등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 북한 주민을 돕게 됐는가라고 묻자, “내가 치과의사니, 결국 아픈 사람 치료하는 직업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사실 6·25때 외삼촌이 인민군에 총살당했어요. 집안이나 사상·이념을 따지면 도울 수 없죠. 그런데 6·25 피란 시절 제가 하도 못 먹어서 똥이 안 나와 죽을 뻔했어요. 그러다가 의학 지식이 있는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관장을 받고 살아났지요. 북한 주민도 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다는 거죠.”

이씨는 “나는 돈 받고 치료하는 그저 그런 개업 의사이지만 바로 북쪽에서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데 모른척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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