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

요즘 조선족동포 등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진신고하느라 법썩이다. 오는 25일까지 30여만명이 신고를 끝내면 1년간 합법체류하게 된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도 조선족 동포들은 1000만원을 주고 계속 입국하고 있는데 이를 어쩌랴?

그렇다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불법체류자에게 온갖 불이익과 인권유린을 감수하게 하면 안 된다. 25일 이후에는 누구든 체류기간을 넘기면 가차없이 추방해야 한다. 담배 끊은 후 금단현상을 겪는 것처럼 몇 차례고 일제단속을 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불법체류자를 철저하게 단속하려면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25일 이후부터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 과감하게 입국자유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베를린 장벽을 쌓아도 동독 주민의 서독행(行)을 막을 수 없자 과감하게 장벽을 무너뜨린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는 불법체류를 줄이고자 입국을 규제했지만 막기는커녕 입국 프리미엄만 크게 올려 지난 7~8년 동안 3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입국비리를 발생시켰다.

우리나라 최대의 부정부패가 외국인노동자 입국비리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비리의 근절 없이 외국인노동자 제도 개혁은 불가능하며 과감한 입국 자유화 이외에 다른 비리 근절 방안은 없다. 또 입국비리가 없어져야 부담없이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수 있다. 몇 차례 일제단속을 반복하다 보면 더 이상 한국에서는 불법체류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판이 정리될 것이다. 그때에야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하다.

입국을 자유화하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한국에 밀려 오는가? 그러나 유럽처럼 하면 걱정없다. 우리는 유럽에 비자없이 가지만 유럽에 가서 불법체류하는 사람은 없다. 취업허가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관광만 하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조선족도 그렇게 하면 된다. 취업은 허가제로 하되 조선족이 일하고 있는 공사장, 식당, 가정부, 간병인 등의 일을 합법적으로 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입국은 자유화하고 취업을 허가제로 하면 취업 프리미엄이 생긴다. 이 프리미엄을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싱가포르처럼 허가권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달 노동허가권을 400달러에 팔고 있어서 중간 브로커가 없다. 이렇게 해서 거둬들인 돈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고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한국어 시험을 쳐서 높은 성적순으로 직장을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을 택하면 고려인과 조선족이 전부 한국어를 회복하고 동남아에도 한국어 붐이 불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고 귀국 후에도 한국기업의 사업파트너가 된다.

지금까지 잘못된 정부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조선족 사회였다. 몇년 전에만 불법체류를 합법체류로, 입국규제를 입국자유화로 바꾸었더라도 지금쯤 한국과 조선족사회 사이의 경제협력, 문화교류, 기술협력이 크게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했는가? 한국에 오려면 무조건 1000만원씩 들여야 했던 망국적인 입국규제가 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원한을 증폭시키고 조선족 가정을 파괴해 오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관리들은 심기일전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을 위해서도 조선족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온 나라의 상식임을 왜 관리들만 모르고 있는가? 국민이 나서 당면한 외국인노동자 제도 개혁이야말로 김대중 정권의 최대 개혁과제임을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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