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가 중국 주재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중국 경찰 진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직성과 도덕성을 도전받는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지난 8일 중국 경찰이 선양 총영사관에 무단 진입, 이미 망명요청을 위해 영내에 들어가 있던 북한 주민 2명을 강제로 끌어낸 뒤 나머지 주민 3명과 함께 연행해 간 행위는 공관 불가침을 보장한 빈협약 위반이라며 항의했다.

지난 9일 밤부터 일본 TV를 통해 중국 경찰들의 북한 주민 연행장면이 방영된 후 여론이 들끓자 일본은 5명의 신병인도를 요구하며 항의 수위를 높였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급기야 10일에는 우다웨이(武大偉) 주일 중국대사에게 `공관 침입'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등으로 늘 수세에 몰려온 일본이 모처럼 중국에 대고 큰 소리를 맘껏 해 댄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사건은 일본의 동의 하에 중국 경찰이 북한 주민들을 속전속결식으로 체포, 연행한 것이라는 `정황 증언과 증거'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외무성은 11일 '일본의 동의 하에 주민들을 연행한 것'이라고 주장, 일본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일본 주요 언론들마저도 ▲총영사관 영사가 북한 주민 10여분간 방치 ▲영사가 휴대전화로 상사명령 확인 뒤 중국 경찰의 주민 연행 동의 ▲일본 비정부기구(NGO)가 북한 주민 망명 사전 경고 등 총영사관의 대응부재 및 연행방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외무성 본부직원들이 사건 당시의 정확한 진상파악을 위해 선양에 막 도착했을 때인 11일 오전 중국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는 외무성 파견팀에 의한 확실한 사실관계 파악이 이뤄지기도 전에 일단 중국의 주장에 반격을 가한 것이어서, 만일 중국측 주장이 맞을 경우에는 일본 외교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이런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공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선양 총영사관측이 사건의 책임을 면해보기 위해 외무성 본부에 사건전말을 축소.왜곡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잘못된 보고'를 토대로 중국을 몰아세운게 된다.

이럴 경우, 총영사관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물론 지휘책임이 있는 가와구치 외상에 대한 인책론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확한 실상은 선양에 파견된 외무성 팀의 사실관계 조사가 내주에 나오면 어느 정도 가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지금까지 보도와 중국측의 강력한 대응을 감안할 때 일본의 외교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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