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고체 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화성-18형 발사는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 고체 연료 ICBM의 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압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24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며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약 1000km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1발 발사한 데 이어 약 10시간 만에 ICBM을 쏜 것이다.

북한은 올 들어 고체·액체 연료 ICBM을 섞어가며 역대 가장 많은 5번 쐈다.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비행 거리 등을 종합하면 지난 7월 발사한 화성-18형을 재발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방위성은 “최고 고도는 60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IC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하면 1만5000km 이상 비행할 수 있어 워싱턴DC와 뉴욕을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타격권 안에 들어온다. 최근 목표물 정밀 조준을 위한 ‘눈’ 역할을 하는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데 이어 미국 본토도 타격할 수 있는 ‘주먹’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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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3차례 시험 발사하면서 신속·기습 발사가 장점인 고체 연료 ICBM의 성능을 최종 검증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화성-18형이 작전 배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주 한미가 ‘핵전쟁’ 대응 연합 훈련에 합의하고, 한·미·일이 대북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추진 중인 상황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를 위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활용과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속도감 있는 과제 추진을 당부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지난달 21일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ICBM을 발사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 정권이 미사일 발사로 막대한 자금을 탕진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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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MBN에 출연, ‘김정은 참수 작전 훈련이나 전략 자산 추가 전개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두 가지 다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합참도 이날 대북 경고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은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를 갖고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핵 선제 사용 위협이 역내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북한의 핵 도발은 한·미·일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시켜 스스로 안보를 저해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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