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북한 핵 동결을 통해 대북 경제 제재 등을 완화하는 ‘거래’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 치적’을 위해 비핵화 협상의 목표치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1기 때도 행정부 주변에서 북핵 동결이 협상안으로 지속적으로 언급된 것을 감안할 때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의 대북 구상에 대해 설명받은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검증을 북한이 수용할 경우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트럼프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며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가 이날 제시한 ‘북핵 동결 시나리오’는 북한이 현재와 미래의 핵 개발·생산은 중단하는 대신, 과거에 개발한 핵무기는 인정한다는 뜻이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최소 70㎏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무기를 최대 18개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대북 접근법을 완화한다면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과,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국이 ‘핵 동결’을 선언하는 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한국만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북핵 동결안’을 검토하는 것은 그가 임기 초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는 (북한과의) ‘딜’을 원한다”며 “다만 어떤 종류의 거래를 원하는지 그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북핵 위협 제거는 어려우니 핵 동결과 제재 완화 정도로 봉합한 뒤 설익은 합의를 ‘평화 달성’이라며 치적 내세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폴리티코는 “이 경우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이날 보도에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폴리티코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캠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도 소셜미디어 글에서 “폴리티코의 보도는 가짜 뉴스”라며 “그 기사에서 단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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