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회담하고 있다. 회담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4m 거리 두기 테이블’에서 열렸다. 같은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독일 집권 여당인 독일사회민주당(사민당)의 친러 정책이 유럽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대표는 10일 전당대회에서 “(사민당이) 푸틴과 먼저 더 거리를 두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회담하고 있다. 회담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4m 거리 두기 테이블’에서 열렸다. 같은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독일 집권 여당인 독일사회민주당(사민당)의 친러 정책이 유럽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대표는 10일 전당대회에서 “(사민당이) 푸틴과 먼저 더 거리를 두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독일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이 과거 자신들의 친푸틴 정책에 대해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사민당은 지난 10일 폐막한 전당대회 결의문을 통해 “러시아와 경협을 강화하면 러시아가 민주화할 것이란 당의 가정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러시아가 주권국을 정복·억압하는 한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어 “군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안보에서의 주도적 역할과 무기 산업의 비효율 극복을 강조했다. 재무장과 군비 확충을 통해 유럽 방어에 앞장서겠다는 얘기다.

사민당의 친러 정책 뿌리는 1970년대 브란트 총리의 동방 정책이다. 브란트 동방 정책은 단순한 친러시아가 아닌 국가 전략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은 그 후 친러시아, 친푸틴으로 기울면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에 나섰다. 슈뢰더 총리 시절인 2002년엔 탈원전법까지 만들었다. 이에 따른 에너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독일을 잇는 초대형 가스관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 전체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됐다. 이후 푸틴은 걸핏하면 가스관 밸브를 잠그며 유럽을 농락했다. 사민당의 친푸틴, 친러 정책이 러시아 민주화는커녕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만 부채질한 것이다. 푸틴은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도 유럽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유럽에선 ‘독일 책임론’이 들끓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독일 기업들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유럽의 경제 엔진으로 불리던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이제 ‘유럽의 병자’란 조롱을 받는다. 사민당의 반성은 이런 안팎의 지적·비판을 수용한 결과일 것이다. 독일 사민당이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책임 정치라는 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와 비교하면 놀랍고 부러운 풍경이다.

한국 민주당은 북한을 도와주면 북이 개혁·개방에 나서고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이른바 햇볕정책을 20년 이상 추종하고 있다. 20여 년 전 100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거의 망해가던 북한은 민주당 정권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살아나 핵 개발에 성공했다. 민족의 미래에 핵 구름이 드리워졌는데도 햇볕정책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변호하고 옹호하면서 친김정일, 친김정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와 같은 전제적 독재 집단과도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친북, 친중, 친러시아 정책과는 달라야 한다. 민주당 대표단은 2006년 북이 핵실험을 한 직후 북한을 방문해 북 정권 인물들과 춤을 추기도 했다. 민주당으로부터 ‘햇볕정책으로 국민을 핵 위협 아래 놓이게 했다’는 반성을 듣게 된다면, 그때 김정은도 생각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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