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업체 시설 30여개를 무단으로 이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모습. /뉴스1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모습. /뉴스1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내 차량 출입 움직임 및 무단 가동 정황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재 30여 개의 (우리측)기업 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관계기관과 함께 위성정보를 통해 파악하고 주ㆍ야간 육안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며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 북한이 2020년 폭파한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잔해 철거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5월 북한이 무단 이용중인 것으로 파악한 우리측 시설은 10여개였다. 6개월만에 그 규모가 세 배나 증가한 것이다. 북한이 2016년 남한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급하게 철수하면서 두고 온 원ㆍ부자재와 부품을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완제품 등을 빼돌리는 정황은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북한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진 ‘쿠쿠밥솥’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남한의 쿠쿠전자 밥솥에 ‘비음성 압력밥가마’라는 상표를 붙여 평양 백화점에서 판매하는가 하면 아예 우리측 설비와 원자재를 이용해 밥솥을 자체 생산하는 동향이 파악됐었다. 쿠쿠전자는 공단 철수 당시 밥솥 완제품 1만여개와 42만여개를 만들 수 있는 부품과 자재를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실어 날랐던 통근용 버스가 평양 시내를 달리는 모습이 포착된 적도 있고 공단 내 우리측 의류 공장 설비를 가동해 교복 등을 만들어 내다 판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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