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16 전투기가 미-싱가포르 연합훈련 '코만도 슬링'에 참가했다. 사진은 F-16 전투기가 이륙하는 장면./공군 제공
 
공군 F-16 전투기가 미-싱가포르 연합훈련 '코만도 슬링'에 참가했다. 사진은 F-16 전투기가 이륙하는 장면./공군 제공

주한미군이 최근 한반도 밖에서 중국과 인접한 싱가포르 군과 양자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북한의 위협 등 한반도 방어가 주요 목적인 주한미군이 호주 등 영미권 국가와 훈련을 한 적은 있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제3국과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주한 미 공군이 지난달 6~24일 싱가포르의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서 싱가포르 공군과 양자 연합훈련인 ‘코만도 슬링(Commando Sling)’을 펼쳤다”고 밝혔다. 오산 미 공군기지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오산에 주둔한 미 7공군 제51전투비행단(미 51전비) 산하 F-16 ‘파이팅 팰컨’ 전투기 6대와 조종사, 그리고 제36전투비행대대 소속 정비사 90명이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

코만도 슬링은 1990년부터 미군과 싱가포르 공군이 매년 실시하는 연합훈련이다. 통상 미 본토 또는 괌 등 미군령 기지에서 파견된 미군 전력이나 싱가포르 주둔 미군이 참가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주한미군 전력이 전투기 6대 등 상당 규모로 이 훈련에 파견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반대에도 대만과 연합훈련을 지속하는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한반도에서 역외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분쟁지역 등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한반도가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밖 군사활동을 위한 발진기지 또는 후방지원기지로 활용돼 한국이 자칫 국제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전력이 대만 인근으로 이동하고, 북한은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이 약화할 것이라 오판해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지난달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면서 “주한미군의 한국 방어 의지는 여전히 철통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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