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뉴스1

2일 뉴욕타임스(NYT)의 로스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한국 초저출생의 가장 큰 문제로 ‘군 병력 감소’를 지적했다. 북한의 현재 합계출산율이 1.8명인데 한국이 0.7명대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군 병력에서 큰 차이가 나고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 남침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한국군 병력 정원은 50만명이다. 장교와 부사관 20만명, 병사 30만명이다. 2002년 69만명이던 병력은 계속 줄고 있다. 2020년만 해도 55만5000명이었지만 ‘50만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감소와 줄어든 복무 기간(18개월)을 변수로 넣으면 우리 병력은 2033년 45만9000명, 2043년엔 33만5000명까지 떨어진다. 반면 북한군은 120만명에 달한다. 특수 부대만 20만명이 넘는다. 여기에 핵무장까지 했다. 현재 우리 인구는 5000만명이고 북한 인구는 2300만명 정도다. 그러나 2020년부터 한국 출생아 수가 연간 30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북한보다 적어지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 0.78(한국)과 1.8(북한)을 감안하면 북한이 한국 인구를 추격할 수 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첨단 무기와 장비가 대체할 수 있는 병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드론이나 AI 등은 전체 병력의 10% 정도만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1년 이상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지상군 병력은 여전히 전쟁의 중요한 요소다. 군 관계자는 “남북의 병력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지면 북이 엉뚱한 생각을 품을 수 있다”며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두 번 가야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 군은 지난해 부사관 1만110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채용 인원은 9211명으로 충원율은 82.9%에 그쳤다. 육군 소위 임관자의 70%를 책임지는 ROTC(학군사관) 지원율도 급락해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초저출생은 국방뿐 아니라 의료·복지 분야에도 재앙적 타격을 준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해야 할 인구(65세 이상 등)를 ‘총부양비’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총부양비는 38.7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초저출생이 계속되면 2070년엔 총부양비가 116.8명으로 3배 급증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보고서에서 “2070년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월급의 42%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월소득이 300만원이면 126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 전체 진료비도 1년 만에 9.5%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현재 25조원 정도인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8년엔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전반의 동력도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3757만 명이던 생산가능인구는 2027년 3508만 명으로 줄고, 2067년엔 절반 수준인 1784만 명으로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약 0.59% 줄어든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 달러 수준으로 추락한다. 한국은행은 3일 보고서에서 “저출생에 대한 효과적 정책 대응이 없다면 우리나라 추세성장률은 2050년대 68%의 확률로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한국이 초저출생 문제를 풀지 못하면 30년 뒤엔 저성장을 넘어 역(逆)성장에 빠진다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날 “경제활동인구가 2033년까지 부산 인구 정도인 300여만 명 빠질 것”이라며 “이는 내수 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세금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도 “다른 나라들도 인구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처럼 저출생이 심각해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주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합계 출산율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

/한예나 기자,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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