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재무부 건물에 붙어 있는 동판.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재무부 건물에 붙어 있는 동판.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29일(현지 시각) 북한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관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커 그룹 ‘라자루스’의 가상화폐 세탁 통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 군부를 대리해 이란산 원유 거래 등을 도와준 회사와 개인을 대거 제재했다.

◇북한 정찰총국의 가상화폐 세탁 수단 차단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이날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커 집단 ‘라자루스 그룹’이 해킹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데 사용해 온 가상화폐 믹서 ‘신바드(Sinbad.io)’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 그룹이 지난 6월 유명 암호화폐 지갑 ‘아토믹 월렛’에서 절취한 1억 달러(약 1293억원) 중 상당 부분을 신바드를 이용해 세탁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 라자루스 그룹이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탈취한 6억2000만 달러(약 8016억원)의 가상화폐와 지난해 6월 서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의 거래를 중계하는 ‘호라이즌 브릿지’에서 탈취한 1억 달러(약 1293억원)의 상당 부분도 신바드를 통해 세탁됐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사이버 범죄자들은 제재 회피, 마약 거래, 아동 성착취물 구매와 다크넷 암시장을 이용한 불법 판매 등 악의적 활동과 관련된 거래를 은폐하는 데 신바드를 사용해 왔다”며 “(가상화폐) 믹싱 서비스는 라자루스 그룹 같은 범죄 행위자들이 훔친 자산을 별 후과 없이 세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또 “라자루스 그룹은 10년 넘게 활동하며 20억 달러(약 2조5860억원)을 절취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OFAC은 2019년 9월 라자루스 그룹을 ‘북한 정부가 통제하는 단체’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했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신바드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의 기관·개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란 군부의 원유 판매 도운 단체·개인 제재

미 재무부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고 있는 이란 국방부와 이란군 작전참모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돈줄이 되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지역 무장세력을 지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의 위장회사와 브로커들을 통해 미국의 독자 제재로 금지된 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란 정부가 이란 국방부와 작전참모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이 해외에 판매할 수 있도록 원유를 포함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화를 예산의 일부로 편성해 줬다고 밝혔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 국방부와 작전참모부는 이란과 해외에 ‘세페흐르 에너지’란 회사를 세웠다. 미 재무부는 이 회사와 대표, 직원 등을 제재하고 이 회사를 위해 수송 작업 등을 해준 다른 회사들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세페흐르 에너지가 이란산 원유와 상품을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에 판매할 수 있도록 브로커 역할을 해준 홍콩과 아랍에미리트(UEA), 싱가포르의 회사 13곳도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 됐다. 홍콩의 ‘푸위안 트레이드 유한회사’는 세페흐르 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이란산 상품을 말레이시아산으로 속여 판매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다. 두바이의 ‘유니크 퍼포먼스 제너럴 트레이딩’은 세페흐르 에너지로부터 이란산 경질 원유를 받아 중국에 판매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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