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정보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정보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국가정보원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 설계도 및 관련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 발사체 성공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렇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체 자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회담 후 북한이 설계도 및 1·2차 발사체와 관련한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가 그 분석 결과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북·러 간 기술 교류 정황은 다른 측면에서도 확인된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다음 날인 2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날아갔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 비행기에 위성 관련 (러시아) 과학자들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이 푸틴에게 위성 발사, 위성 정보 수집 작업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 8월과 9월,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도 북한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북한 정찰위성의 실제 작동 여부나 기술 역량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유상범 의원은 “국정원은 지난 1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당시 수거한 잔해물을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 가치가 있는 ‘서브미터(위성 촬영 영상이 1m 미만의 물체를 파악할 정도)’급이 되지 않는 위성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이어 “인공위성 (기술) 발전에 통상 3년이 걸리는데 북한이 괌 사진 촬영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이번에 발사한) 인공위성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안 된다고 국정원은 답했다”고 했다.

미 우주군은 이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위성 추적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위성에 위성 번호 ‘58400′, 인공위성 식별 번호 ‘2023-179A’를 부여해 공개했다. 위성 번호는 모든 인공위성에 부여하고, 식별 번호는 그해 쏘아 올린 위성에 차례대로 붙인다. 2023-179A는 북한의 만리경 1호가 2023년 179번째로 발사된 위성임을 나타낸다. 만리경-1호의 고도는 493∼512㎞로 측정돼 고도 200∼2000㎞ 범위 저궤도 인공위성에 속하는 것으로 표시됐다. 궤도 경사각은 97.43도, 주기는 94.67분으로 나타났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4분 40.2초가 걸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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