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된 탈북자 가족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 북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강제 북송된 탈북자 가족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 북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중국 정부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에서 자국 내 탈북민들에 대해 “난민이 아닌 불법 체류자”라며 “북송된 탈북자들이 고문을 받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탈북민 강제 북송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구금 중이던 탈북민 500~600명을 기습 북송했다. 추가로 북송을 앞둔 탈북민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북송은 귀국이 아니라 지옥행이다. 수많은 탈북민이 생생히 증언했다.

이번 중국 서한은 지난 7월 북한 인권, 이주민 인권, 여성 폭력 등 유엔 특별보고관 3명과 인권 관련 실무그룹 3곳이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요청하며 발송한 공동 서한에 대한 답변 성격이다. 중국 측 답변서는 지난 9월 13일 도착했다고 한다. 기존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답변서를 보내고 한 달 뒤 대규모 강제 북송에 나선 것이다.

탈북자는 거의 대부분 굶주림을 참지 못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잡혀서 돌아가면 가혹한 구타와 구금을 당하고 정치범수용소까지 간다. 배고파 국경을 넘은 것이 무슨 죄인가. 북송되면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유엔도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며, 강제 북송은 국제난민법과 국제인권법상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난민지위국제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유엔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아무리 공산당이라지만 이것은 도를 넘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반문명적 행태를 저지하려면 국제사회와 연대해 중국이 문명국가가 아니란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패권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이런 평판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대 한국 정부는 이런 일을 외면했다. 최근에도 주유엔 대사는 강제 북송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대신 ‘제3국’이란 표현을 썼고, 주중 대사는 “중국의 체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국회도 다를 게 없다. 대규모 강제 북송이 일어난 지 6주가 지나도록 상임위 차원의 규탄 결의안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나라를 의식해 행동을 조심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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