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내 구금 시설에 가둬 놓았던 탈북자 수백 명을 지난 9일 밤 기습 북송했다고 한다. 이들의 한국행을 돕던 여러 인권단체들 설명이 일치하고 있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끼지만 이미 관련 정황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코로나 기간 체포해 억류한 탈북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운명에 처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탈북자는 북한 정권의 정치·경제적 핍박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난민이다. 이들이 강제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학대·고문·폭행을 당한다.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난민 지위 국제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은 고문·박해 우려가 있는 곳으로의 강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두 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탈북자들을 북송해 왔다. 인권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문명국이라 하기 어렵다.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근처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근처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북송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최근 북한이 3년 넘게 닫았던 국경을 열면서 대대적 강제 북송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얼마 전 통일부 장관이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탈북민을 의사에 반해 북송해선 안 된다.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을 전원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이상으로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미수복 지역이고,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하물며 한국행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북한 주민은 정부가 전력을 다해 구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그러지 않았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쉬쉬했다.

이번 북송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해외 체류 탈북자 보호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자유민주 진영 대부분이 탈북자 북송을 비롯한 중국의 인권 경시 행태를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을 거론해 망신 주기)하는데 한국만 이런 흐름을 외면해 왔다. 무조건 조용한 외교가 능사가 아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중국의 야만적인 탈북자 억류·북송을 규탄하고, 유엔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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