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 축구 8강전을 방영하면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가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 축구 8강전을 방영하면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표기했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라는 의미로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북한에서 사용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 관계 악화 때마다 ‘남조선’ 대신 ‘괴뢰’라는 표현을 써왔지만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을 ‘괴뢰팀’으로 표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축구 8강전 경기 결과를 지난 2일 방영했다. 이때 화면 하단에 스코어와 함께 북한은 조선, 한국은 ‘괴뢰’라고 쓴 자막을 넣었다. 노동신문도 1일 자에서 남북한 대표팀 간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나라 팀이 괴뢰팀을 4대1이란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쳐서 이김)한 가운데 끝났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한국에 패배해 은메달을 획득한 탁구 여자복식 경기를 보도할 때는 북한 선수(차수영·박수경)만 언급하고 한국팀은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두고 ‘현 괴뢰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4월 한·미 ‘워싱턴선언’ 이후 한국을 ‘괴뢰 지역’, 윤 대통령을 ‘괴뢰 역도’라 부르며 폄하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호칭에 반발하는 등 남북한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여자 농구 남북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북한’을 언급하자 북한 관계자는 “우리는 ‘DPR코리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로 부르지 마라. 불쾌하다”고 반발했다. 이튿날인 30일 여자 축구 8강 남북전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리유일 감독은 ‘북측’이라고 말한 기자에게 “우리는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시정하지 않으면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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