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쓰레기”라는 막말을 들었다.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7년째 가로막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공격을 당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라고 했고, “부역자야” “빨갱이가 할 소린 아니지”라고 소리친 의원들도 있었다.

태 의원의 격앙된 반응도 사태를 악화시킨 면이 있다. ‘쓰레기’ 발언에 격분한 태 의원이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삿대질했다. 이 통에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며 막말이 분출했다. 태 의원은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막말 민주당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등을 요구하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항의하다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항의하다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뉴스1

아무리 그렇다 해도 목숨을 걸고 탈북해 동료 의원이 된 사람한테 ‘쓰레기’ ‘부역자’ ‘빨갱이’라고 할 수 있나. ‘쓰레기’는 북한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탈북민 앞에 관용적으로 붙이는 수식어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인간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탈북민을 지칭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일은 10여 년 전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이 탈북 대학생 면전에서 “변절자”라고 한 일을 연상시킨다. 이 의원의 마음속 조국은 ‘북한’인 셈이다. 그러니 탈북민에게 ‘변절자’라고 한 것이다. 이 일로 탈북민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는데 한국 땅에서 북한 편에 선 정치인을 본 그들 심정이 어떻겠나. 이날 태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한 민주당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전대협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그룹이 주도했다. 그들이 탈북민을 향해 ‘쓰레기’ ‘부역자’라고 하는 것을 보니 10여 년 전 탈북민을 ‘변절자’라고 공격한 일이 다시 떠오른다. 특히 이 주사파 운동권이 태 의원에게 ‘빨갱이’라고 한 것을 보고 어이없어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한때 공산당이었던 사람을 국회의원까지 시키면서…”라고 했다. 그 공산당 비위를 맞추면서 시키는 대로 법까지 만드는 사람들이 할 소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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