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면전을 가상한 ‘남(南) 점령’ 전군 지휘 훈련을 지난 29일부터 실시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탱크 등 실제 무기를 동원한 야외 실기동 훈련(FTX)이 아닌 컴퓨터·도상(圖上) 자료를 활용해 전쟁 실전 상황을 점검하는 지휘소 훈련(CPX)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이 같은 형태의 훈련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UFS 기간인 지난 23일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CP TANGO)를 찾은 것에 대응해 김정은도 지휘소 훈련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UFS 연습을 언급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응해 29일부터 전군 지휘 훈련을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29일 지휘소를 방문해 훈련 진행을 챙겼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총참모장에게 전쟁 발생 시 시간·단계별로 전개될 적·아군 행동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북 매체들은 훈련의 목표에 대해 “원수들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전략예비포병 이용 계획, 해외 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유사시 작전 계획 문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책상 위에 한국 지도를 펴놓고 군 참모들의 보고를 받거나 지휘봉으로 지도의 특정 지역을 가리키기도 했다. 국방연구원(KIDA)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UFS 연습에 대응해 이 같은 훈련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대남 침공·점령을 위한 다양한 방편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훈련에서 “작전 초기 적의 전쟁 잠재력과 전쟁 지휘 구심점을 타격하고 지휘 통신 수단들을 마비시켜 초기부터 기를 꺾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군항, 작전 비행장 등 군사 시설, 사회정치·경제적 혼란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핵심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 30일 오후 11시 40분에는 약 10분에 걸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SRBM 2발 모두 360km가량 날아가 동해상에 탄착했다. 이에 북한이 충남 계룡대(육해공군 본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순안에서 계룡대까지 거리가 약 350km로 이번 미사일 비행 거리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언급한 ‘적 전쟁 지휘 구심점 타격’ 훈련 차원에서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군 지휘소인 계룡대 등을 선제 타격하고 공항, 항구, 통신 시설 등 국가·군사 기반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기선을 잡는 전쟁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27일에는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해군절을 맞아 해군 사령부를 찾으며, ‘해군 전술핵 실전 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