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중국 인민군 군가와 북한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을 기리는 역사 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에 가장 참담했을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의 유족들일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광주 출신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도 그중 한 분이었다. 광주의 한 고교에서 37년간 교편을 잡은 김씨는 광주시장에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북한·중공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국군 장병들 생각에 피눈물이 났다”며 “민주화와 호국의 고장인 광주가 정말 이러면 안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항의 메시지를 쓰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광주시장은 “2020년부터 계획된 것이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씨는 또 광주 현충탑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재정비를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대한민국을 지키다 숨진 사람들은 기릴 돈이 없다고 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죽이고 짓밟은 세력에겐 수십억을 쓰겠다고 한다.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 거리. /김영근 기자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 거리. /김영근 기자

앞서 광주시장은 “정율성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 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과 국군 유엔군을 죽이고 국토를 유린하고, 통일을 가로막은 중공군과 인민군을 위해 응원가를 짓고 참전까지 한 것이 광주시장에게는 ‘업적’이 되는가.

일반 국민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광주 양림동엔 ‘정율성로(路)’와 동상이 있다. 정율성이 잠시 다녔다는 전남 화순의 초등학교 건물 외벽엔 대형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다. 2019년 복원된 화순 고향 집에 전시된 사진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항미원조는 6·25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다. 침략국의 역사 왜곡이다. 이 왜곡에 동조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들이 국민 세금으로 침략 세력의 기념 공원까지 만든다고 하는 데엔 말문이 막힌다.

김씨는 광주시장에게 보낸 메시지 말미에 ‘광주를 정말로 생각하는 서정우 하사 엄마 올림’이라고 적었다. 양식 있는 광주시민들의 생각이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호남 출신 독립운동가는 2600여 명, 6·25 때 전사한 호남 출신 학도명이 700여 명이다. 호남 출신 군인 전사자의 수는 수천,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정율성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다 숨진 이분들을 기려야 한다. 호남의 명망 있는 원로들도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그래도 정 짓겠다면 민간 차원에서 할 일이다. 국민의 적(敵)을 추앙하는 데 국민의 세금은 단 1원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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