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밀어붙이는 사법 무력화 법안 통과에 반발, 지난달 중순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반(反)정부 시위에 급기야 북한 인공기(인민공화국기)까지 등장했다. 대법원의 정부 견제 권한을 제한하는 이번 법 통과로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사라지면서 이스라엘이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독재 국가가 될 길이 열렸다는 비난이 나온 것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사법 무력화 법에 반대하는 시민 수천 명이 5일(현지시각) 텔아비브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현장엔 이스라엘기와 함께 북한의 인공기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위 현장에 인공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크세네트(이스라엘 의회)에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이 통과된 지난달 24일부터다. 경찰은 이날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에서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수만명에 달하는 반정부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 시위대 일부가 이날 “이스라엘이 독재 국가화하고 있다”는 구호와 함께 인공기룰 들고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와 김정은을 합성한 사진도 함께 등장했다.
최근에는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무지개색 이스라엘 국기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시온주의 연합 등이 동성애와 성정체성 전환에 따른 성별 정정, 동성 결혼 등에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시위대는 스스로 ‘분홍 전선(Pink Front)’이라고 칭한다”며 “이번 시위가 온건하고,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대를 대표한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은 사법 무력화 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대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대법원 심리는 9월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