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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30여명 붙은 간첩사건 6건, 시간 끌기에 2년째 재판 제자리
김정환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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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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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재판에 넘어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6건의 1심 공판이 2년 넘게 진행 중이거나, 공판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수사 절차를 문제 삼는 등 ‘재판 지연’ 전략을 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총 6건의 사건에 참여한 변호인은 40여 명인데 이 중 30여 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이라고 한다.

2021년 이후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21년 6월 구속 기소된 이모씨 사건이다. 그는 2017년 일본계 페루 국적으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2006년 ‘일심회 사건’으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도 실형을 산 적이 있다.

지난 1월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오종찬 기자
 
지난 1월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이 사건은 2021년 8월 첫 공판이 열린 뒤 지난 17일 11차 공판까지 2년간 공판만 하고 있다. 변호인들이 법원에 제출된 모든 증거를 재판에 쓰는 것을 동의하지 않아 재판이 늘어졌고, 공판도 1~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에 열린다. 이씨는 이미 구속 기간(6개월) 만료로 석방된 상태다.

북한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꾸린 혐의 등으로 2021년 9월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도 1심 공판만 20차례 진행 중이다. 이 사건 피고인들의 공판 연기 신청, 위헌 법률 심판 제청, 보석 청구 등 다양한 전략에 재판이 지연됐다. 변호인은 4차례나 교체했다.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해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항고·재항고를 하며 두 달간 시간을 끌었다.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 보석 등으로 석방된 상태다.

충북동지회의 재판 지연 전략은 올해 기소된 창원 ‘자통 민중 전위’, 제주 ‘ㅎㄱㅎ’ ‘민노총 간첩단’ 사건의 재판 지연 ‘참고서’ 역할을 했다. 세 사건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재판 지연 전략으로 삼았다. 세 사건은 주요 피고인들이 동남아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고, 반정부·반미 투쟁을 하거나 국내 동향을 북한에 보고한 사건들이며, 모두 1심 공판을 열지도 못했다.

지난 3월 기소된 자통 피고인들은 4월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항고·재항고를 했다. 대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4개월 넘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원래 사건의 재판은 시작도 못 한 것이다. ㅎㄱㅎ 피고인들도 국민참여재판 신청 배제 결정을 받자 항고한 상태다. 민노총 피고인 4명은 지난 6월 공판 준비 기일에선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난 17일엔 피고인 2명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 기소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중 불구속 기소된 전북 ‘시민단체 대표’ 하모씨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재판은 일반 시민인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국정원 수사 기법, 감청 자료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방대한 증거들을 일일이 설명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통 피고인들은 9월, ㅎㄱㅎ 피고인들은 10월, 민노총 피고인들은 11월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 제대로 된 공판을 해보기도 전에 석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자신들을 엄격하게 처벌할 낌새가 보이면 더욱 재판 지연 전략을 적극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며 “법관 인사 발령 등을 노리며 이른바 ‘판사 쇼핑’을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변호로 유명한 A 변호사 등 민변 출신 변호인들이 ‘재판 지연’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사건당 10명 안팎의 민변 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있고, 2~3개 사건에 이름 올린 이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현 사법부가 과거에 비해 피고인·변호인의 재판 지연 전략에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10년 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사건 때도 변호인단이 압수 수색 절차 문제 등을 따졌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이 전 의원 확정 판결은 2013년 9월 기소로부터 1년 4개월 만인 2015년 1월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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