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이산가족 상봉자 여론조사는 서신교환이나 면회소 설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유왕래 등 이산가족 상봉의 항구적인 보장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만남으로 ‘이제는 여한이 없다’며 홀가분하게 생각하는 상봉자가 51.9%였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인 48.1%는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로 인해 ‘후유증이 클 것 같다’며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았던 남측 방문자에서는 ‘이제는 여한이 없다’(77.8%)가 많았지만, 북측 방문단을 만난 남쪽의 가족들은 대부분(88.9%) ‘후유증이 많을 것 같다’고 응답, 두 집단 간에 차이를 보였다. 만남의 기쁨보다 다시는 못 만날 것이란 절망감에 빠져있는 상봉자도 2명 중 1명 정도(46.9 %)였으며, 특히 7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이제는 마지막’이란 절망감(59.7%)이 더 컸다.

이번에 만난 가족에 대한 이질감 여부는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50년 전에 헤어진 가족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있는 70대 이상 고령자 중에서는 예상보다 ‘이질감이 컸다’(38.8%)며 당혹스러워 하는 응답자가 ‘이질감이 적었다’(29.9%)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산가족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50대 이하 상봉자는 예상보다 ‘이질감이 적었다’(56.3%)는 응답이 ‘이질감이 컸다’(12.5%)보다 훨씬 높았다.

또 상봉자의 대다수(74.1%)는 북한의 가족이 그 동안 자신이 남한에서 살아온 것보다 ‘더 많이 고생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으며, ‘나보다 덜 고생한 것 같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다. 북측 방문자의 가족(71.1%)보다는 남측 방문자(77.8%)가 북한의 가족이 고생해온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약간 더 컸다.

만약 이산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남쪽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이 72.8%로 다수를 차지했고, ‘남과 북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도 20.4%였다. 이에 비해 ‘북쪽에서 함께 살고 싶다’(3.7%)와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3.1%)는 소수에 불과했다.

북한의 가족에게 받은 선물은 남측 방문자와 북측 방문단 가족의 차이가 컸다. 남측 방문자의 63.9%는 북한 당국이 준비한 선물 이외에는 가족에게 개인적으로 받은 선물이 없었던 반면, 북측 방문단과 상봉한 남한의 가족들은 대부분(73.3%) 개인적으로 선물을 받았다.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선물은 술(42%)이었으며, 그 다음은 담배(21%), 의약품(16%), 가족사진 및 편지(13.6%), 도자기(6.2%)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측 방문자들은 ‘방문장소의 제약’(38.9%)이 ‘방문횟수 및 시간의 제약’(13.9%)보다 더 불편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북측 방문단의 가족들은 ‘방문횟수 및 시간의 제약’(36.7%)을 ‘방문장소의 제약’(28.9%)보다 더 아쉽게 생각했다.

/홍영림기자 ylhong@chosun.com

한국갤럽 8.15 상봉자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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