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들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면서 첫 공판이 미뤄졌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10일 오전 10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특수잠입 및 탈출·회합 및 통신·편의제공 등) 혐의를 받는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와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 4명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5일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변호인 측이 재판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이날도 공판준비기일로 변경돼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양씨와 신씨 등 피고인 2명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8일 진행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한 달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반 국민을 불러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재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를 밝히면 법원이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담당 재판부가 이를 불허하면, 피고인 측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불복절차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와 관련, 각 피고인 의견이 다른 것을 두고 “사전 협의가 안 됐느냐”고 물었고, 변호인 측은 “다시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소된 지 몇 개월이 흘렀고, 지난 기일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받았다”며 “공판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이다. 절차를 빨리 해달라”고 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며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기소할 때 법원에 제출하는 건 공소장 하나여야만 하고,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변호인 측은 공소장에 첨부된 자료에 증거조사가 이뤄져야 할 대상이 그대로 인용돼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또 변호인 측이 사전에 제출한 “주 2회 집중심리는 무리이므로 2주에 한 번씩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절충적으로 ‘주 2회, 주 1회 번갈아 진행해보고 상황을 봐서 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했고,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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