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뇌물 의혹'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 /뉴스1
 
'쌍방울 뇌물 의혹'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 /뉴스1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정원 내부 문건에 2019년 ‘쌍방울 대북송금’ 당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신진우)는 23일 ‘쌍방울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제3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국정원 직원 A씨가 작성한 보고서를 증거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위 실장에게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북한 측이) 이 약정을 믿었는데 (이화영이) 지키지 않아 김성혜가 곤경에 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정원으로부터 압수한 자료 전체에 대해 추가로 증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9일 재판부 직권으로 발부한 국정원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대북송금이 이뤄졌던 2019년 당시 직원 A씨가 작성한 해당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2급 기밀에 해당된다고 한다.

국정원 압색은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스마트팜 사업비 지원 관련 내용을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증언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당시 대북 제재가 있어 현금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북한 스마트팜 지원 약속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연루 등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쌍방울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증언을 거부했다. /뉴스1
 
‘쌍방울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증언을 거부했다. /뉴스1

한편, 이날 이 전 부지사와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 등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첫 대면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선서를 마친 후 “죄송하지만 저도 기소됐고, 수사를 받고 있다”며 “제 기록을 보지 못해 오늘 증언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크게 사실관계 다툼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문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었지만, 김 전 회장이 거듭 증언을 거부하면서 신문은 10분 만에 종료됐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6일 공판에도 한 차례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을 향해 “피고인들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횡령·배임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그룹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여 원 규모 뇌물 등을 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이 당시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참여하는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북한에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보고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 대질 조사 과정에서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모든 내용을 부정하자 “형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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