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손님을 위한 ‘페라가모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로고가 잘 보이는 제품을 선호하지요.”
지난 19일 북한 신의주를 마주 보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최고급 백화점 ‘후이차오궈지(滙僑國際)’ 1층 매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를 파는 이곳 직원은 “5년 동안 매장을 운영했는데 요즘 들어 북한 손님이 가장 많다. 이들을 별도 응대하는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도 최근 여러 개 개설했다”고 했다.
2020년 초 코로나 확산 이후 3년 넘게 닫혀 있던 북·중 국경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상들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바빠지고 있다. 북한 무역상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 최소 서너 기관의 상사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한다. 이들이 ‘명품 사재기’에 돌입하면서 단둥 명품 매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현지 상인들은 전했다.
‘북한 고객 선호 제품 명단’엔 2만위안(약 386만원) 넘는 핸드백이 20개 이상 포함돼 있었다. 직원은 매장 입구의 한 검정색 가방을 가리키며 “방금 다녀간 북한 손님이 예약한 제품”이라면서 “로고 문양이 많이 새겨진 남성용 가방과 벨트·구두도 인기”라고 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가 이뤄지고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 의류, 가전제품을 생산하던 도시였다. 2020년 1월 코로나 방역 및 ‘자력 갱생(중국 등 해외 의존도 낮추기)’을 이유로 북한이 북·중 국경을 닫으며 교류는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북한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북한이 국경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