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추적 탐지해 요격하는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번 훈련은 지난 18일 북한의 ICBM 도발 직후 추진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3국이 언제든 요격할 수 있다는 작전 능력을 보여주는 대북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3국 공동 훈련은 지난해 10월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 이후 4개월 만이다.

한·미·일 3국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 아타고함, 미국 배리함, 한국 세종대왕함의 모습. /합동참모본부
 
한·미·일 3국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 아타고함, 미국 배리함, 한국 세종대왕함의 모습. /합동참모본부

대만 외교부는 21일 북한의 ICBM과 ‘핵탄두 방사포’ 도발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북한을 규탄했다. 이어 “대만과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 진영의 일원으로 공산 독재 정권의 무력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의 대만 위협을 언급했다. 동아시아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맞선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만도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합참은 이날 “적 탄도미사일을 한일 해상 전력이 탐지·추적하는 등 표적 정보를 공유하고 미 전력이 이를 요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면서 “탐지부터 요격까지 절차를 숙달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세종대왕함(DDG·7600t급), 미 해군의 배리함(DDG 52·6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함(DDG 177·7700t급) 등 3척의 이지스 구축함이 투입됐다. 훈련 장소는 독도에서 약 185㎞, 일본 본토에서 약 120㎞ 거리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날 훈련을 마치고 낸 자료에서 “한·미·일은 이번 미사일 방어훈련을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대응체계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협력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대(對)잠수함 훈련 등 한·미·일 간 각종 훈련이 더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포함한 지역 안보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기에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해 3국 간 협력 증진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이날 훈련과 별도로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7함대 사령부에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 칼 토머스 7함대 사령관, 사이토 아키라 일본 자위함대사령관이 참가하는 한·미·일 해상 지휘관 회의도 열었다. 한미는 22~23일(현지 시각) 미 펜타곤과 킹스베이 핵 잠수함 기지에서 한미 ‘핵우산(확장 억제)’ 운용 연습도 하는데, 일부 일정에 일본 측이 참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핵·미사일은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의 미 후방기지, 미 본토 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북 미사일의 요격 회피 기능이 향상되는 등 고도화하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 정보위에 “북한은 ICBM 발사 능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군사위성 발사 가능성도 크다”면서 “ICBM을 지금까지 정상 각도로 발사하지 않았지만 능력은 다 보유했고 대미 압박을 위해 타임라인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근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등에서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뒷배’ 삼아 도발 수위는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공격 위협을 받는 대만이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손을 내밀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북한 도발을 규탄하며 중국의 공산주의 위협을 거론했으며, 미국과 대만은 고위급 안보 회담을 열어 중국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은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110㎞ 거리의 요나구니섬에서 처음으로 공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최근 북·중·러 위협에 맞서려면 한·미·일 3각 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대만과도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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