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6년 만에 다시 사용됐다. 북한 김정은 호칭은 기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 바꿨다.

국방부는 16일 국가 안보 정책, 북한 군사력 현황, 대응 전략 등을 담은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국방백서는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다”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했다. 북한 정권 또는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의 대남 전략,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사례, 지속적인 핵 전력 고도화, 군사적 위협과 도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남북 실무 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적’ 대신 ‘직접적 군사 위협’ 등의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고 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사라지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를 다시 바꾼 것이다. 김정은 호칭도 기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서 직책을 뺀 ‘김정은’으로 바꾼 것은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 등을 고려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한이 최근 핵 재처리로 핵무기(핵탄두)를 많게는 18기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인 7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종전에는 50여kg이었다. 플루토늄과 함께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기술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핵무기 보유량이 70~120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백서는 보안 문제 등으로 북 핵무기의 전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백서는 “(북한은)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 시설 가동을 통해 핵 물질을 생산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2016 국방백서 때부터 직전 2020 국방백서까지 ‘50여㎏’이었지만, 2년 만에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재평가된 것이다.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때 1기에 4~8㎏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핵무기 9~18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백서는 일본에 대해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다. 2년 전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에서 ‘미래 협력 관계’ ‘가까운’ 등을 더한 것이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강화와 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 상비 병력은 128만여 명으로 2020년 백서 숫자와 같았다. 그러나 국군은 50만여 명으로 2년 전의 65만5000여 명에서 15만5000명가량 줄었다. 백서는 또 북한이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종류와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보다 유리한 고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을 2019년부터 개발해 시험 발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런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확보’를 6쪽 분량으로 설명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문재인 정부 시기 ‘핵·WMD(대량 살상 무기) 대응 체계’로 바뀌며 사실상 지워졌던 명칭인데 이번에 다시 사용됐다. 핵 미사일 사전 제거인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 응징 보복(KMPR) 등이 3축 체계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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