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장관 박진)는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외교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다시 뛰는 국익 외교,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란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날 보고에서 외교 당국은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 도약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미국이 중국 견제 성격으로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작업반 ‘팹4(FAB4)’을 통해 “능동적으로 국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확장 억제(핵우산)에 대해서는 “정보 공유, 기획, 실행에 있어서 금년 중 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선의 의존 대북 정책 실패… 美와 핵 공동 기획·실행 진전 예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문제에 대해 “북한 선의(善意)에 의존하는 대북 정책은 실패했고 일방적 유화 정책은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과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사이버 활동 등 제재망을 우회하는 핵·미사일 자금 차단 ▲7차 핵실험 감행 시 독자제재·국제연대 포함 전례 없는 대응 ▲등한시했던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와의 연대 등을 약속했다. 조현동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지금 미국의 핵 전력, 자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기획·실행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며 “금년 중 조금 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외교부는 올해로 동맹 70주년을 맞은 한미 관계에 대해 “글로벌·포괄적 전략 동맹을 더욱 내실화하고 안보·경제·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함께 ‘행동하는 동맹’을 구현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 성격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작업반 팹4,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여러 경제 안보 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능동적으로 국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한다고도 했는데, 이는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우리가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조 차관은 미국이 최근 공급망에 인권 요소를 중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경제적 국익과 균형을 맞춰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우리 국력에 부합하는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이고 한국이 한반도·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틀에 매여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세계 10위 경제 규모와 6위권 국력에 맞게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며 경제 안보 네트워크 확충, 기후변화·에너지 안보 협력 같은 과제를 충실이 이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미 부처 내에 인·태 전략 세부 과제 이행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된 상태다.

◇ “日과 가치 협력 극대화, 中과는 당당한 외교”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는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일본 수출 규제, 지소미아(GSOMIA·한일정보보협정) 등 핵심 현안들을 포괄적 해결을 추진한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협력을 극대화한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 조 1차관은 “(반도체 수출 규제는) 현안인 강제 징용 문제와도 연계돼 있어 나름대로 어느 시점에 문제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새 정부 출범 후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고위급 소통의 교류 심화, 발전 등을 추구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일 간 ‘정상 셔틀 외교’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중국에 대해서는 “당당한 외교 기조 아래 대중 리스크, 현안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기조에서 벗어나 “상호존중, 호혜,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조 차관은 10일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콕집어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 관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비자 제한 조치는 우리 한중관계의 큰 그림에서 보면 아주 작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잠정적, 임시적 조치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면 머지 않은 장래에 해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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