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도 새해가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선대 앞에서 ‘굳은 맹세’를 했다고 한다. 무엇을 굳게 맹세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연말에 일주일 동안 당·정·군 간부 1000여 명이 참여한 전원 회의를 개최하고 장장 1만2640자의 만연체 결정서를 발표했지만 상투적 표현으로 북한의 금년도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보는 것이 역설적으로 계묘년(癸卯年) 한반도 정세 파악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래는 최근 북한 정세 분석을 바탕으로 김정은의 생각을 추정해 적은 ‘김정은의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에 새해 북한의 향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장면./노동신문 뉴스1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장면./노동신문 뉴스1

“지난해 최대 성과는 역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이다. 발사한 미사일 70발 중에서 압권이었다. 과거에도 발사했지만 지구 재진입 기술이 부실하여 6000도의 고열에 소재가 마모되는 문제가 있어 성공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각 발사를 통하여 확실하게 ICBM 발사 능력을 과시하여 한미 양국도 우리의 능력에 놀랐을 것이다. 그동안 발사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액체연료를 고체연료로 바꾸는 시험도 성공적으로 감행했다. 남조선 언론에서 정찰위성 시험에서 촬영한 위성사진을 두고 왈가왈부하는데, 4월 이후에 ICBM을 정상 발사하면 우리의 능력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사일 발사 1차 목적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 보유를 공인받으면서 유엔의 제재를 해제시키고 남조선의 지원과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만 주시하고 평양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1조원이나 되는 미사일 개발과 발사 예산 상당 부분을 사이버 해킹과 광물 자원 수출로 어렵게 충당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심 끌기 전략을 중단할 수는 없다.

선전선동부의 보고대로 신(新)물망초(forget-me-not) 전략을 구사했는데 홍보 효과가 대성공이었다. 새해 첫날에도 주애와 함께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는 사진을 내보냈는데 남측 언론이 역시 대서특필했다. 지난해 사랑하는 딸 주애를 ICBM 발사 현장에 동반하여 미래 세대에게도 핵과 미사일이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보냈는데 효과가 컸다. 남조선과 국제사회는 ICBM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애가 리설주와 붕어빵처럼 닮았다, 4세대 세습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등 열 살짜리 어린아이를 두고 별소리를 다 한다. 내 나이 40세도 안 되었는데 후계 구도를 논하다니 백두 혈통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님을 그들이 알 리가 없다.

 

올해 군사 도발의 핵심 포인트는 ICBM의 정상 발사와 7차 핵실험이다. 우리가 정상 발사를 하면 태평양에 탄두가 낙하할 것이고 미국이 극렬하게 반응할 텐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도발하지 않으면 워싱턴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버튼을 눌러야 할 것이다. 군수공업부에서 신형 괴물 ICBM을 개발하고 있다니 상반기 중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그보다 더 큰 단추는 7차 핵실험이다. 지난해 9월 핵 무력 법제 발표로 핵을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사용한다는 핵 독트린을 발표했으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시적이다. 핵을 소형화, 경량화하여 실전 배치하는 등 핵무기 보유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핵실험이 필수적이다. 다만 충격이 예고되면 핵실험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제 정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핵심 변수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핵실험이 워싱턴의 관심을 받기 때문에 모스크바의 동태를 지켜볼 것이다.

금년에는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현재 50기 정도인 핵무기를 대폭 늘려 인도(160기)와 파키스탄(165기)의 보유량을 따라잡아야 한다. 유엔 감시 등을 피해서 원심 분리기 등 해외 부품을 더 들여와야 한다. 궁극적으로 전술핵을 탑재한 방사포를 개발하여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들게 해야겠다. 정월 초하룻날 600미리 방사포를 발사했는데 성능이 좋다고 보고를 받았다.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쏘면 남조선에서 방어가 어렵다고 한다.

전원 회의 결정문에서 “남한은 명백한 적”이라고 확실하게 선언했으니 대남 도발을 입체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6·25전쟁 이래 최초로 탄도미사일을 NLL 남측 동해 수역으로 발사했는데, 울릉도에 대피 경보가 울리는 것을 보니 위협 효과가 작지 않다. 우리의 정찰위성 시험 사진을 보고 남조선 언론이 조악하다고 폄하했는데 무인기 5대로 확실하게 분풀이를 했다. 수십억원 드는 탄도미사일보다 수백만원에 불과한 조악한 무인기가 남측 용산 영공 지역까지 휘젓고 다니니 가성비가 최고다. 저렴한 무인기 도발로 남측의 아킬레스건은 파악했으나 남한의 무인기가 북측으로 침범해도 군부에서 대응은 고사하고 탐지도 제대로 못 하니 큰일이다. 앞으로 스텔스 첨단 기능을 구비한 남측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비행해도 대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어 걱정이다.

도발 대응을 둘러싸고 남측의 야당 대표와 전직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전략대로 남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남조선 각계에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을 늘리는 전략을 통일전선부에 강조해야겠다. 그동안 남측의 경계 태세를 이완시켰던 9·19 군사 합의를 남조선에서 무효화한다고 하니 강공책을 세워야겠다. 우리 쪽으로 보내는 확성기 방송 재개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골치가 아프다.

연말 노동신문에 ‘김정은 조선은 끝없이 승승장구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싣고 한 해의 업적을 시리즈로 내놓았지만 식의주 공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군사 도발에 치중하다 보니 내치(內治)가 말이 아니다. 코로나로 중국과 물자 교역이 중단되니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단둥 신의주 간 공급망을 전면 개방하자니 중국의 코로나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작년 식량 생산량이 평년 대비 100만t 이상 감소했다니 금년 봄에는 식량 수입에 주력해야 할 텐데 금고에 외화가 부족하다고 한다. 배급량을 축소하고 중국 등의 지원을 요청해야겠다. 미국 감시를 피해 러시아 용병 그룹에 무기를 공급하고 식량을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해야겠다.

일부 젊은이들이 남조선의 한류 문화를 동경하여 사회주의 기풍이 흐려진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큰일이다. 3년 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처벌에 나섰고 남조선의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전단방지법을 제정하여 전단이 줄어들었는데도 여전히 남측 영화를 시청하는 행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보위부에서 대상자 몇 명을 공개 처형하는 등 강경책을 내놓아야 하겠다.

우상화 대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민들의 우상화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 3대 세습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갈수록 중요하다. 권좌에 오른 지 만 11년이 되니 지도력을 의심하는 세력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령식 통치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서 위기에 대처한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사자성어가 남조선 언론에 소개되었는데 계묘년에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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