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3일(현지 시각)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 목표는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며 “단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고 합동 군사 훈련을 줄이는 것은 헛수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미 협상이 진행됐던 2018~2021년 주한미대사를 지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이태경기자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이태경기자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 웨비나에서 “KJU(북한 김정은)가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 핵무기 보유, 한미동맹 약화, 한반도 지배 등 네 가지”라며 “우리는 북한과 외교가 성공하기를 희망하지만, 희망이 유일한 행동 방침일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화책을 통한 억제는 억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북한 무인 항공기 5대가 서울·경기도 일대 상공을 침범한 사건을 언급하고 “(북한이) 분명히 평화적인 의도로 한 행동은 아니다. 대화와 군의 준비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며 (평화라는) 이상주의는 현실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외교정책의 중심에 둬 매우 고무적이다. 윤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복원하고 연합준비태세를 강조하는 등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둬 기쁘다”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힘의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만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지, 약한 상태에서는 협상할 수 없다”며 “북한을 상대하면서 우리가 배운 교훈”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핵 무장 논의에 대해선 “한·일 등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라며 “(핵무장 대신) 그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고 재래식 무장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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