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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잠근 北… 단둥 관광객 100분의 1로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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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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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중국 지안시의 북중 접경지역 모습/지안=이벌찬 특파원
 
지난 24일 오전 중국 지안시의 북중 접경지역 모습/지안=이벌찬 특파원

지난 23일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은 썰렁한 분위기가 한눈에 느껴졌다. 압록강변에서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10여 곳의 문앞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붙었거나 간판이 떼어져 있었다. 이 여행사들은 2019년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북한 관광을 장려할 당시 반짝 성수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3년간 코로나 확산으로 북·중 국경이 막히면서 문을 닫게 됐다. 신의주 유람선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단둥의 한 여행사는 매년 18만위안(약3000만원)을 주고 사무실을 임대했다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이 여행사가 입주한 건물의 주인은 “매년 20만명씩 북한으로 가던 중국 관광객이 한순간에 끊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3년간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북한 접경 지역에서 활발했던 북·중 경제 교류가 대폭 축소됐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막지 못했던 북·중 연대를 코로나가 차단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2020년 초부터 2년간 국경을 막았다가 올해 들어서야 간헐적으로 북·중 철도·도로 운행 재개했다. 그러나 이달 초 중국이 방역을 완화하자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집권 3기를 시작한 이후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쿠바·라오스 1인자가 잇달아 베이징에 방문했지만 유독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중(訪中)하지 않은 이유도 중국의 코로나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모습/단둥=이벌찬 특파원
 
지난 23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모습/단둥=이벌찬 특파원

이날 북·중 간 가장 중요한 교역 통로인 압록강 중·조우의교(압록강철교)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고 버스만 오가고 있었다. 지난 9월 150일 만에 화물 운행이 재개됐지만,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자 화물 운행이 다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북한의 생명줄’로 여겨졌던 중국 관광객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중국 관광객들은 북한 입국이 자유롭기에 코로나 이전에는 단둥 압록강변에서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에 가서 음식과 공연을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압록강변이 텅 비었다. 6·25 당시 끊어진 단둥의 압록강단교(斷橋) 관광지의 관리자는 “코로나 이후 단교를 찾는 관광객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매표소 직원을 없앴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전자표를 구매해 단교에 올라가야 했다.

북·중 무역은 예측불허의 사업이 되면서 단둥에서 활동하던 무역업자, 밀수업자들도 떠나갔다. 북한 무역상들이 자주 찾았다는 단둥의 한 호텔 직원은 “오랫동안 북한 손님들을 받지 않은 탓에 여권으로 투숙 수속을 밟는 방법을 잊었다”고 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북한의 장마당에서 중국 물건이 3년 전보다 80% 이상 줄었다”면서 “북한 국경지대에서 장사가 생업인 거주민들도 팔 물건이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고 했다.

25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도매시장 우아이시장에서 한 옷가게 주인이 북한 고객들이 선호했던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 무역상과 밀수업자들이 주 고객층이었던 이 시장의 상인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인들의 발길이 끊겨 장사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선양=이벌찬 특파원
 
25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도매시장 우아이시장에서 한 옷가게 주인이 북한 고객들이 선호했던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 무역상과 밀수업자들이 주 고객층이었던 이 시장의 상인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인들의 발길이 끊겨 장사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선양=이벌찬 특파원

북한 국경에서 240㎞ 떨어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도매 시장인 ‘우아이시장(중국판 동대문시장)’에서는 북한 무역상들이 사라졌다. 우아이시장은 중국 동북 지역에서 가장 큰 의류·잡화 도매시장으로 대지 면적만 13만9000㎡(약 4만평)에 달하고, 점포는 2만곳이 넘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 무역상이나 밀수업자들이 북한으로 가져갈 의류나 공산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던 곳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인 25일 이곳에서 만난 여성 의류 매장 사장인 장모씨는 “북한 손님 구경 못 한 지 3년 됐다”고 했다. 그는 “북한 손님들은 가격대가 있는 옷들을 최소 수십, 많으면 수백 벌씩 사갔기에 ‘큰손’으로 통했는데 코로나 이후 갑자기 사라져 장사에 타격이 크다”고 했다.

시장에서 외투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류모씨는 “예전에 이곳을 찾았던 북한 손님들은 저렴한 옷보다는 1000위안(약 18만원) 이상의 옷들을 주로 찾고, 현금으로 결제하고, 날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이즈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12월이면 새해 선물용으로 수십 벌씩 사가는 단골 고객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이들이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우아이시장에서 북한 고객을 대상으로 통역 아르바이트를 뛰던 조선족들도 지난 3년간 일거리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 23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모습/단둥=이벌찬 특파원
 
지난 23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모습/단둥=이벌찬 특파원

중국과 북한 간 국경은 여전히 삼엄하게 관리되고 있다. 단둥의 압록강변에서는 2m 정도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둘러져 있었고, 북·중 양측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차를 몰고 압록강철교에서 10여㎞ 떨어진 곳으로 가면 일부 지역에서는 경계선이 낮고 엉성하게 설치돼 있는 곳들이 목격됐다. 일부 지역은 북한과의 거리가 500m밖에 되지 않는 곳들도 있었다. 단둥 소식통은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북·중 간 밀수는 크고 작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이 끊기고, 중국과의 무역이 축소된 상황에서 국경 문을 다시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달 7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내년 3월까지 코로나 확산이 계속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문을 걸어 잠갔다가는 경제적으로 회복불능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북한 전문 매체는 “북한 당국이 중국 방역 완화를 언급하며 지난 15일 모든 무역기관에 ‘내년 상반년 무역사업 계획서를 이달 말까지 올려보내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중국의 코로나 정책 전환에 맞춰서 무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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