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탈북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 인터뷰에서 “누구든 북한에서 단 일주일만 살아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류 전 대사는 엘리트 외교관일 뿐 아니라 ‘김씨 일가 금고지기’를 지낸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다. 어떤 전문가보다 평양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고 했다.

애당초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란 것이 있을 리 없다. 북은 6·25 직후부터 핵개발에 착수했고, 70년 가까이 체제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핵무장에 쏟아부었다. 핵이야말로 김씨 일가 평생의 숙원이고, 이제 가진 건 핵밖에 남지 않았다. 핵으로 김씨 왕조 영속을 꿈꾼다고 한다. 그런 핵을 김정은이 포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이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며 평화 무드로 전환했을 때 많은 전문가는 북이 핵을 보유하되 일부 양보하고 대신 제재 완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문 정권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면서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북이 그러면서도 핵탄두를 계속 늘리고 있었고 ‘하노이 노딜’ 후 다시 미사일을 쏘는데도 도리어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임기 말 더 강력한 북 ICBM 발사를 지켜보고도 정의용 당시 외교장관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 있다”고 했다.

북은 올해에만 ICBM 8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60여 발을 난사하는 등 핵 폭주를 노골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핵 선제 타격’을 아예 법제화했다. 세계 핵보유국 중에 이런 나라는 없다.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류 전 대사는 “북은 핵을 보유하면서 제재도 풀 수 있다”며 “한국은 북핵의 인질이 된다”고 했다. 김정은은 핵을 계속 갖고 있다가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핵을 포기한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이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그 반대로 했다. 그러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사과나 유감의 말 한마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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