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간 공개 만남을 유도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이를 “고의로 피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 발간한 저서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부친이 6·25전쟁 참전 용사인 펜스 부통령은 당시 미국 올림픽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는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반도 통일이었기 때문에 나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 만남을 열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 환영 리셉션에서 문 대통령의 연출로 인해 북한 인사들과 나는 헤드 테이블에 같이 앉는 걸로 돼 있었다”며 “연회 시작에 앞서 그룹별 사진 촬영이 예정돼 있었는데 아베 총리와 나는 고의로(intentionally) 지각하고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환영사를 마칠 때까지 입장하지 않은 채 별도의 방에서 대기하며 따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셉션 시작 시간 10분을 넘겨 행사장에 입장한 펜스 전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그는 “문 대통령이 나와 김여정 간 만남을 정중하게 강요(politely force)할 것이 명백했다”고 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그렇게 되면 북한에게는 거대한 상징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나와 아베 총리를 북한 쪽으로 안내했지만 거리를 유지했다”고 했다.

올림픽 개막식 때도 펜스 전 부통령은 “뒷줄 바로 오른쪽에 앉아있던 김여정을 무시했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이른바 ‘백두 혈통’ 중 처음 남한 땅을 밟은 김여정을 ‘북한의 이방카 트럼프’라 표현했지만 나는 김여정이 수만명을 죽인 정권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공개 접촉은 거부했지만, “카메라가 치워진 상태에서 북한 측이 메시지를 보내기를 원한다면 들어 볼 의향은 있었다”고 했다. 이에 양측의 비공개 만남이 거의 성사까지 됐으나, 예정 시간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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