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22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해 “분명히 하자. 북한과 30년을 협상했다. 북한은 가시적인 경제적 혜택을 대가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익만 챙기고 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정권이 아니다. 외교를 통해서는 절대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끝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 교체’가 불가능한 옵션이 아니라며 과거 미 정부 내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논의에 직접 참여했었다고도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 연합뉴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 연합뉴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주요 옵션(principal options)으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습 공산주의 독재자인 김정은을 대체할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란보다 북한이 어떤 의미에선 정권교체가 더 쉽다고 본다”라고 했다. “(대체 정권이 필요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남한에 흡수되면 한반도의 인위적인 분단이 해결될 수 있다”이라며 “1945년 궁여지책이었던 일시적인 남북 분할 당시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정부 내에서 분명히 북한의 정권교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나도 일부 논의에 직접 참여했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했다”며 “불량 국가가 가장 끔찍한 무기로 한국, 일본, 미국을 협박하려는 상황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핵 공격으로부터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에 의한 북한 정권 교체 카드도 논의됐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사상 첫 제재를 가한 2005년과 2006년에 나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다. 이후 15년간 많은 신규 제재가 채택됐지만,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혀 막지 못했다”라며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도 않지만 우리가 원하는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협상이나 제재를 통해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북핵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정권 교체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취할 수 있는 두 번째 옵션으로 ‘핵 시설 타격’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나 다른 불량국가들에 의해 절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핵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면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과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가 더 이상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며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제 포기하자, 우리는 비핵화를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은 30년 동안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말고 북한과 협상하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접근법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한국이나 일본의 자체 핵무장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한일 자체 핵무장론자들은 미국이 북중 위협으로부터 이들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1945년부터 존재해 온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따라서 미국이 동맹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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