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포사격 등이 금지된 서해 ‘완충 구역’에 또다시 100여 발의 포격 도발을 했다. 전날 동·서해 완충 구역에 250여 발의 포사격을 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한은 14일 이후 8차례 포사격을 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한미의 “군사적 도발 감행”에 대한 대응이라며 도발과 합의 위반 책임을 우리 측으로 떠넘겼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공군은 이날 전략폭격기 B-1B를 괌 기지에 배치하고, 공중조기경보기 E-3B를 서해와 수도권 상공에 띄워 북한군 움직임을 감시했다.

최근 합동참모본부는 내부 보고서에서 “북한이 5년 뒤인 2027년 핵무기 200기 이상을 보유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은 ‘핵무기 200기 이상 보유’의 경우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어려운 단계로 여긴다. 북한이 비핵화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채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18일 공개한 ‘2023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억지력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전쟁·전투 전략으로 핵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이 약화했다고 판단하면 위기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문턱을 더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 등 군 당국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북한 김정은이 지난달 ‘핵 무력 법제화’에 나선 것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핵을 보유하려는 사전 작업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달 연설에서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핵 선제 공격 등을 명시한 법을 만들어 공표했다. 북한이 5년 내 핵무기 200기 이상 보유, 핵 무력 법제화 등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서 대남 위협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은 현재 상당한 양의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플루토늄·우라늄 양이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포격 도발 등을 하며 그간 문제 삼지 않던 한미의 정상적인 군사 훈련을 트집 잡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정상적 훈련을 문제 삼은 뒤 공격해 왔다”고 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도 한미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문제 삼은 우리 측 훈련은 최근 주한미군이 남북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적대 행위 금지 구역 이남인 철원에서 남쪽을 향해 다연장로켓(MLRS) 사격 훈련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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