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관련 의약품을 노동당 황해남도 해주시위원회에 보내고 있는 모습. /인민사수의 90여일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관련 의약품을 노동당 황해남도 해주시위원회에 보내고 있는 모습. /인민사수의 90여일 뉴스1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북한에 코로나 방역 지원을 제안했다가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적십자사의 역할을 묻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신 회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북한에 발열 환자가 많이 나올 때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공문을 보냈다”며 “그런데 북측에서 ‘우리는 잘 관리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신 회장은 대한적십자사가 아닌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이 지원을 직접 받지 않고 국제기구를 통해 받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남측이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아예 인도주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및 화상 회의 등을 제안했는데 이런 게 다 거부됐다”며 “적십자사로써 매우 답답한 상황”이라며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 12일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공표, 이를 91일간 이어갔다. 이날 신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당시 정부가 제안한 코로나 관련 방역 협력을 물론,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한 인도적 지원도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코로나 확산 당시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지를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며 “현재 (지역) 봉쇄·해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고 보고했다.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들은 백신 접종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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