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한편, 탄도미사일이 통과한 아오모리현과 홋카이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일본 전역에는 미사일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기시다 내각과 여당인 자민당은 대(對)북한 강경론으로 민심 회복을 노리고, 군사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급박한 일본 관방장관 -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총리실에 뛰어들어 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급박한 일본 관방장관 -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총리실에 뛰어들어 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인 이날 오전 8시 “방금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며 “폭거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1998년 대포동 미사일 1호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다. 북한은 5년 전인 2017년에는 8월과 9월 두 차례 연속으로 화성-12형을 쐈는데, 일본 상공을 지나 2700㎞와 3700㎞를 날아갔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4600㎞(일본 발표 기준)를 비행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의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은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경보를 발신했다. 도호쿠(東北) 지역 신칸센 일부 구간은 운행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JR 홋카이도는 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했고, 삿포로시에선 지하철이 운행을 멈추기도 했다. 해상보안청은 일본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항해 경보’를 발령했다. 국토교통성은 항공기 운항 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항공사에 요청했다. 삿포로시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등교 시간을 30~45분 늦췄다. 도쿄의 한 중학교는 등교한 학생들에게 안전모를 씌우고 체육관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의 보수 강경파에겐 이른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강하게 추진하는 명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반격 능력은 적군이 공격할 조짐을 보일 때 실제 공격이 없더라도 먼저 적국 미사일 발사대나 지휘부를 타격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금지한 일본 평화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이날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과 회담에서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방침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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