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은 4일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북핵수석대표 등 각급에서 소통하며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규탄하고 삼각(三角) 공조를 약속했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 수준으로 대응한 것인데, 한·미·일이 현재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뉴시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각각 통화를 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북한의 IRBM 발사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설리번 보좌관이 일본 및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장관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각각 통화를 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한일 역시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한 것에 주목한다”며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을 포함한 역내외 안보 협력을 더 강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간 3자 유선 협의도 이날 오전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무모한 핵 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성한 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 임석해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는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상응하는 조치를 추진해 나가라”고 주문했다.

한편 외신들도 이번 도발에 대해 긴급 보도를 쏟아냈다. 영국 BBC는 “북한이 일본 상공 위로 미사일을 쏜 것은 미·일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의적 긴장 고조”라고 했고, AP통신은 “올해 북한이 실시한 ‘무기 시위’ 가운데 가장 도발적인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했고, CNN은 “김정은의 도발이 강화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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