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북한 방송통신을 선제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며 이 주제로 찬반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5일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그리고 민간차원 대북 방송 주파수 지원 입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일각에서 ‘북한 방송통신’을 국내에 개방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북한 당국과 김정은의 선전·선동에 넘어가고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북한이 대남 선전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송출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세뇌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어 ‘태영호는 빨갱이이고 이중간첩’이라고 직접 전화를 주시거나 유튜브 댓글을 통해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 과제 94번 ‘남북 간 상호 개방과 소통·교류 추진’, 통일부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서 “남북 간 단절과 대결을 상호 개방과 소통·교류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 방송통신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 의원은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에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선전선동에 넘어갈 우려가 있어, 북한 정권이 붕괴한 다음이나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사실 남북 간 방송통신 개방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말한 국정 과제가 아니다. 역대 모든 정권이 북한의 방송통신을 개방해도 우리 체제가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일부 보수층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추진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북한의 방송통신을 선제적으로 개방한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 방송통신을 북한 주민들에게 절대로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북한 방송통신의 선제적 개방 문제를 한번 논의해 보려는 것은 이러한 정책 변경을 통해서 북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 “대한민국 체제, 끄떡없다는 모습 보여줘야”

태 의원은 “현재도 수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해외에서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대한민국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그들은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이후에도 대한민국 체제가 끄떡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크게 동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지도층에 체제·이념 대결에서 우리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확고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북한에서 본 남한 영화 중 ‘태백산맥’이 가장 마음을 흔들었다고 했다. 그는 “남로당의 활동상을 다룬 ‘태백산맥’의 개봉 당시는 90년대 후반으로, 북한에서는 ‘심화조 사건’으로 매일같이 사람들이 잡혀가고 처형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대한민국에 ‘남로당 활동상’을 다룬 영화가 있다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이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북한 심화조 사건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대규모 숙청 사건이다.

이어 “특히 나의 마음을 흔든 것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공산주의는 이념상으로는 훌륭할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산당은 사람의 목숨을 귀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대사였다. 이 한마디에 90년대 후반 북한의 실상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북한의 방송·통신이 개방되어도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수준이 높아 북한의 선전·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전 세계는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의 한류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BTS 등의 K-POP은 세계 문화를 선점하는 경지에 올랐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수준은 매우 높다”며 “이미 많은 사람이 인터넷 우회로를 통해 북한의 통신들과 신문들을 열람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수백 편의 북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업로드되어있다. 또 우리는 중국의 방송통신들을 국내에 개방했으나 국민들의 중국공산당에 대한 호감도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에 ‘북한방송통신 개방’에 대한 찬반 양쪽 입장의 토론자를 모시고 해당 주제에 대해 법리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개진돼 윤석열 정부의 ‘남북 간 상호교류 활성화 국정과제’가 달성되는데 일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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