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되는 북한 어민이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북한군에게 두 팔이 잡히자 엉덩이를 뒤로 빼며 저항하는 모습. /통일부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되는 북한 어민이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북한군에게 두 팔이 잡히자 엉덩이를 뒤로 빼며 저항하는 모습. /통일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했고, 민주당은 “엽기적인 흉악범인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맞받았다.

Q1. “증거 훼손 우려”로 현장감식 없이 ‘살인’ 인정하곤, 소독?

당시 정부는 귀순 어민들을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규정하고 돌려보냈다. 정부는 “범인들은 범행 후 선박 내부를 청소하고 사체와 범행도구를 해상에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당시 통일부는 국회에 “어민 2명의 진술”과 “북한 반응”을 근거로 보고했고, 국방부는 “SI(Special Intelligence·특수 정보)로 상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물증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살인 현장’이라고 정부가 주장하는 선박이 우리 측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선에 대해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는 하지 않고, 육안으로 둘러보는 정도의 조사만 진행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조사해야 하는데 증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합동수사단이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증거 훼손을 우려해 감식도 못한다던 정부가, 선박에 대한 ‘소독’ 작업을 했다. 국정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소독과 검역을 의뢰했고, 실제로 검역본부의 소독·검역 작업이 이뤄졌다. 이렇게 오염된 ‘현장’은 정부가 선박 나포 엿새 만에 북한에 선박을 인계하면서 영원히 우리 손을 떠났다.

Q2. ‘주먹 단련’으로 16명 살해? “영화 주인공인가”

이들이 타고온 어선은 17t급으로 길이는 15m다. 때문에 귀순한 이들이 16명을 살해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한밤중에 선장을 죽인 뒤, 순차적으로 선원들을 깨워 살해했다고 한다. 좁은 배 안에서 이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남았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 15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살해범들은 2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의 보유자” “특수 훈련을 받은 흔적은 없지만 1명은 평소 정권(正拳) 수련으로 신체 단련을 했다”고 썼다. “1명은 절도죄로 교양소에서 수감된 전력이 확인”됐다는 내용도 있다.

흉악범죄를 뒷받침할 특징을 부각한 것인데, 시중에선 “정권 단련으로 16명을 죽일수 있으면 영화 아저씨의 원빈 아닌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진술과 정황이 있더라도, 형사사법절차 안에서 이들에게 방어권을 주고 제대로 따져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Q3. 흉악범이라 북송? 법조계 “사실이라도 북송 근거 못된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단장 김병주 의원)는 13일 국회에서 ‘흉악범죄 북한주민 북송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조치가 합당했었다고 주장했다. TF는 “(2019년) 10월 30일 정부는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북한에서 16명을 죽인 흉악범이 동해에서 도주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며 “해당 인원이 우리나라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1월 2일 해군이 도주하는 어선에 경고사격을 하면서 특전요원을 선박에 투입시켜 이들을 생포했다”며 “스스로 월남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이 생포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시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근거로 든 ‘북한 이탈주민 보호법’이 북송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법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 대상자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호 조치’와 귀순 여부는 달리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법의 해당 규정은 정착지원금 등 탈북자 보호 혜택과 관련한 것”이라며 “보호 대상자인지를 따져보는 게 아닌, 북송 근거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다. 이 목선은 16명을 살해하고 도피하다 나포됐다는 북한 어민 2명이 승선했던 것이다. /통일부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다. 이 목선은 16명을 살해하고 도피하다 나포됐다는 북한 어민 2명이 승선했던 것이다. /통일부

Q4. 北주민도 국민인데… 정부는 무죄추정 원칙 포기?

때문에 정부의 강제 북송 조치가 헌법상 무죄추정원칙과 재판 관할권을 내던진 처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상 영토 조항과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이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우선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공안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볼 수 있다”며 “법적 절차 없이 돌려보낸 것은 다소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귀순 의사를 밝히는 자필 서류도 작성했다고 한다. 정부는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는 과정으로 보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가 공개한 이들의 북송 당시 사진을 보면 이들 중 한 명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채 끌려가고, 다른 한 명은 벽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북한군에 두 팔이 잡히자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며 몸부림치는 모습도 있다.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는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놓고 정부가 ‘원님재판’을 한 것”이라고 했다.

Q5. 진짜 선상 살인범도 변호했던 文의 과거 발언은

북한 사법체계 특성상 극형에 처해질 것이 뻔한 이들을 북송한 것이 인도주의에 부합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당사국인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당사국은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국가에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자인지 여부를 떠나 어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송한 것은 반인권적인 처사”라고 했다.

1996년 발생한 ‘페스카마호 사건’이 떠오른다는 법조인들도 있었다.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15호에서 전재천(당시 38세)씨 등 조선족 6명이 선장을 포함해 11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 등 6명은 모두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전씨가 사형을, 나머지 5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변호를 맡은 게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인터뷰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조국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며 “‘페스카마15호’ 사건의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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