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여야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채택한 대북 규탄 결의안이 ‘김정은 유감 표명’ 이후 국회 본회의로 전달되지 않고 사라진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북한이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지 이틀 만인 2020년 9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만행”이라며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2020.9.24/이덕훈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2020.9.24/이덕훈 기자

결의안은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모은 뜻을 외부에 표명하기 위해 제출하는 안건으로, 국회의 공식 성명서나 마찬가지다. 법안과 마찬가지로 소관 상임위에서 가결되면 국회사무처 의안과를 거쳐 본회의로 보내진다. 본회의에서도 가결되면 국회의 공식 입장으로서 그 내용이 정부나 국제기구 등에 전달된다.

그러나 국방위가 가결한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북한의 총격 등 무력 도발 행위 규탄 결의안’은 본회의에 전달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방위가 결의안을 의안과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국방위에서 이미 가결시킨 결의안의 문구를 고치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의안 가결 다음 날인 9월 25일 북한은 청와대에 “김정은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에서 북한은 이씨를 사살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신을 불태운 사실은 부인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결의안에서 “김정은 정권”이란 표현을 “북한 당국”이라고 고치고, “시신을 불태우는 등의 반인륜적인 만행”이라는 표현은 빼자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의안은 흐지부지된 것이다.

당시 국방위원이었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북측의 통지문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반전됐고 결의안의 본회의 처리가 불발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진정으로 북한을 규탄하고자 했는지 의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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