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평양에서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이 마스크를 끼고 손소독을 하는 모습/AP 연합뉴스
 
작년 11월 평양에서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이 마스크를 끼고 손소독을 하는 모습/AP 연합뉴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하고 ‘최대 비상방역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에 코로나 백신이 아예 없다는 점에서 국제 보건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국가는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두 곳뿐이다. 두 나라 모두 국제 사회 백신 공유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제보건정책센터 J. 스티븐 모리슨 소장은 “북한은 앞선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형성된 면역이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전염성’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라며 “새로운 변이의 (출현) 확률도 극대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 했다.

미 웨일 코넬 의대의 미생물·면역학 전문가인 존 P.무어 교수는 “정권의 장악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인명피해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북한과 에리트레아 두 나라 모두에서 지배층들이 이미 백신을 맞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산 백신들을 배제하는 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용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독재 정권을 유지한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가 아프리카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수단이라며 가입을 거부했다.

북한은 코백스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128만8800회분을 배정했으나 부작용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산 시노백 백신 약 300만회분에 대해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 주라며 인수를 거부했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북한이 백신 이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나 홍콩처럼 백신 접종이 이뤄진 곳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중국은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 (BA.2)의 창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 옌중황 국제보건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이 코로나 대처를 돕기 위한 강력한 장려책을 지니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WP는 중국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경우 사망자가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무어 코넬 의대 교수는 “북한에서는 최소한의 백신만 접종됐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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