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5월 26일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2일 새벽 친서 교환 사실을 대외적으로 먼저 알렸고, 청와대도 오전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최근 최전방 지역에서 한국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전술핵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등 잇달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가 희망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쉬운 순간들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결보다는 대화로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재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김 위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 평양 9·19 선언 등이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평화의 동력이 되살아날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21일 보낸 답신에서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역사적 합의와 선언 내놓았다”며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은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애쓴 문 대통령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잊지 않겠다.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4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받고 4월 21일 회답 친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양 정상이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남수뇌(남북정상)가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것”을 회고하며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도 전했다.

남북 정상 간 친서가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 남북 관계 상황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행사와 군 인사 등으로 내부 결속을 다진 북한이 곧바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시험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복원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회색 계열의 토사 더미가 점점 커지고 있고, 2개의 새로운 지원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 당국도 이르면 이달 말 이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전술핵 개발과 연계해 소규모 저위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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